"엄마 심심해!"
부모인 우리는 아이들이 심심하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가?
일단 책이든, 장난감이든 꺼내 아이들하고 놀아줄 생각을 한다. 요즘은 1명 낳는 가정이 많다보니 놀이터를 가면 아이와 놀아주는 엄마아빠가 많이 보인다. 30대인 내 어린시절에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엄마들은 엄마대로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놀이에 부모가 참여해서 놀아주는 편이다. 인원이 모자르기 때문이다.
어느날 아이가 나에게 심심하다고 하며 놀잇감을 찾아주려 순간, 빛의 속도로 뭔가 훅- 하고 지나갔다.
'왜 심심하면 안되지?'
그렇다. 심심하면 안될 이유는 없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많은 부분 지루하며 권태로운 순간은 많다. 우리 아이들도 성장하면 그런 순간들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유해서 매 순간 자극적인 어떠한 것으로 삶을 채울만한 여유로운 귀족층은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일회적인 자극 곧 게임, 무조건적인 시청각 자료(생각을 할 수 없는...유튜브, SNS 남들여다보기 등) 그런것으로 채워주기는 싫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아이들에게 심심해도 된다고 말한것이 10년이 되어간다. 삶은 그렇게 지루하고 심심한 시간들이 많은데 그 시간들을 너희가 알아서 재밌는 것들로 채워나가려 노력해봐.
삶의 대부분은 조용하고 권태로운 것이거늘...
하지만 그 속에 진정한 의미들을 깨닳아가기에 소중하단다.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 버드런트러셀은 1950년 노벨상을 받은 문필가로 잘 알려져있다.
행복의 정의라는 책 내용 중 작은 부분을 발췌했다.
사람은 어린시절부터 단조로운 삶을 견디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현대의 부모들은 이런점에서 크게 비난받아 마땅하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영화구경이나
맛 있는 음식같은 수동적인 오락거리를 너무 많이 제공하고 있다.
부모들은 특별한 때를 제외하고는 날마다 비슷한 생활을 하는 것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어린아이는 주로 자신의 노력과 창조력에 의지해서 스스로 환경으로부터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영화구경처럼 재미는 있지만 육체적인 활동이 전혀 수반되지 않는 오락거리를 어린아이들에게 자주 제공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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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식물은 계속 같은 토양에 가만히 놔둘 때에 가장 잘 자라는 법인데, 어린아이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잦은 여행을 하고 지나치게 다양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어린아이들에게 좋지 않다. 이런 아이들은 자라서 어떤 성과를 얻기 위해서 반드시 견뎌야 하는 지루함 조차 참지 못하는 어른이 될 수도 있다.
심심철학을 아이들에게 적용시키고 있는 나로써는 굉장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글이였다.
갑자기 맥락에서 벗어난 예시일 수 있는데 남편은 어릴적 부터 군대가기까지 30번의 이사를 다녔다고 한다. 한 지역에서 오래 살아본 기억이 많지 않고 그에 비해 나는 태어난 곳에서 20살이 될 때까지 20년을 한 집에서 살았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대해 서로 나누다보면 내가 더 할 얘기가 많고 그 기억에 대한 묘사도 심층적인것을 볼 수 있다. 물론 개인의 기질적인 면들도 달라 더욱 그러할 수도 있지만 유년시절 잦은 이동은 사유에 대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심심해 할 때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은 옆에서 돌보아 줄 수 있다는 가정하에 생각해본 것이다.
-보통의 아이들이 지루함과 심심함을 느낄 때 짜증내는 시간은 잠시 뿐이다.
-재미있는 것을 스스로 찾아보길 권한다. 하늘이나 바깥을 보며 생각해보거나, 산책이나 운동을 권한다.(산책은 초등고학년부터 가능)
-스스로 한 것들에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멀리서 바라보며 기다려준다.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슬라임을 가지고 놀거나 그 어떤 것을 하던 마지막에는 심심한 시간을 잘 이겨낸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짚어주고 칭찬해준다.
-서서히 자신의 지루한 시간들을 채워갈 자신만의 무기들을 많이 만들도록 돕는다.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특히나 스마트폰, 자극적인 음식들에 굉장히 많이 노출 되어있기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은 어른도 마찬가지다. 나는 어느날 유튜브 쇼츠, 30초짜리 영상을 30분이 지나도록 계속 넘기며 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흠칫 놀랐다. 굉장히 자극적이고 재미있고, 지루할 틈이 없는 짧은 영상을 1시간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아무것도 안하는 1시간은 뇌가 심심할지는 몰라도 내 머리는 맑아지는 것도 느꼈다. 집중해야할 것에 집중하고 내 몸을 쉬게 하는 권태로운 시간의 사용.
부모필요없을만큼 성장한 아이들이 행복하길 바란다면 적어도 현대사회에서 소비만하고 쓰레기만 늘어가는 인생을 살아가기 보다
마음이 풍요롭고 보다더 평온한 인생을 살기를 원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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